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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상담 후기 공모전 집단상담 부문 도전상 수상작

등록일 2022-11-03 작성자 최민영 조회수 2676

상담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집단상담부문

 

#시간관리__해도__잘해!

평소 MBTI에 진심인 나는 내가 'P'형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다닌다. P형이란 MBTI라는 성격 유형 검사 중 평소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평소 시간의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던 나였기에 계획 안 세우는데 시간 관리도 잘하는 건 너무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생각까지 가기엔 뒷배경이 조금 있다. 열정 걸이라는 별명을 가진 나는 학창 시절 안 해본 활동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물론 시험공부도 빼놓지 않았는데 성적은 나름 그럭저럭 나왔다. 이렇게 한 번에 많은 것들을 하는데 결과가 나쁘지 않으니, 당연히 시간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착각할 만했다.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런 내게 큰 충격을 준 시험이 있었다. 바로 대학교 첫 중간고사이다. 그동안은 같은 반에 있을 뿐이지 관심사도 다르고 좋아하는 과목도 달라서 인지할 틈이 없었는데, 비슷한 꿈,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같은 과가 되어 같은 시험을 치니 벽에 부딪히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모두 나와 같이 이 과목에 진심이었고, 열정적이었다. 나는 나아가야 했다. 처음 마주하는 문제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해결방법을 발견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계획적으로 살아야 했다. 시간을 내가 조절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비교과 시간 관리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정말_이게_도움이_되나?

52, 첫 상담이 있기 전날 밤. 나는 웬일인지 조금 긴장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받는 첫 집단 상담이고, 대면 상담이었으며, 무엇보다 이 상담을 끝마치고 나서 변화될 나의 모습에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이 상담은 분명 엄청난 활동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다소 짧은 시간이지만 빠르게 많은 것을 배워 한 달 후의 나는 멋진 대학생으로 성장하리라 생각했다. 53, 날씨가 좋았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건물에 들어가 상담을 받기 전까지도 좋았다. 하지만 모든 게 순조로울 수는 없는 걸까. 상담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간단하고 쉬웠다. ‘자신이 시간 관리를 잘하게 됨으로 인해 얻고 싶은 것으로 별명을 짓고 그 별명으로 부르자고 하셨는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시간 관리로 인해 얻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하나만 골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많은 고민 끝에 취미생활인 배구를 적었다. 두 번째 상담도 다른 건 없었다. 첫 번째 상담보다 참여 인원이 적어졌고, 적어야 할 종이는 늘어났다. 하지만 상담이 거창해지거나 화려해지지는 않았다.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선생님께서 주신 종이를 채웠다. 내 평소 생활 패턴, 공부 시간, 내가 쓴 시간 피드백 등을 했다. 이 활동으로 인해 평소 나의 시간이 낭비되는 것이 보였지만 나중에 해결할 방법을 알려 주시겠지하며 넘어갔다.

두 번째 상담부터는 숙제가 있었다. 상담이 일주일에 한 번 있기 때문에 비는 일주일 동안 자신의 생활 패턴을 쓰라는 것이었다. 열심히 썼다. 화요일도, 수요일도, 목요일도 ? 문득 내가 왜 이걸 쓰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소한 질문이었지만, 이 질문은 날 깊게 고민하게 했다. 고민하다 도통 명확한 결론이 나질 않아 처음으로 돌아갔다. 혹시 첫 상담에 기대를 너무 했던 것이 아닐까? 그러면 난 무슨 상담을 기대한 거지? 상담은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닌데 잊고 있었다. 달라질 내 미래 모습에 취해 거창한 것으로 생각했다. 거기부터 시작했다. 차근차근 숙제를 했다. 평소에도 가끔 하던 하루 돌아보기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낭비한 시간이 두려워 낭비한 시간이 많은 날에는 되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하루하루 꾸준히 시간을 돌아봤다. 상담도 열심히 따라갔다. 같이 상담받는 사람들과 본인의 시간을 공유하는 시간이 오면 열심히 설명하고, 열심히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는지 보고 그 다음 주에는 나도 그렇게 살아봤다. 엑셀로 정리하는 팀원이 있었는데 만지지도 못하는 엑셀을 인터넷에서 다루는 법을 찾아 차트를 만들고 정리하며 따라 했다.

 

#달라진_?

4주차 상담 때, 솔직히 나는 놀랐다. 평소 열품타라는 앱을 통해 공부 시간을 체크하는데 내가 한 달여 간 꾸준히 비슷한 시간대로 공부를 했다.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동안의 나는 컨디션이 좋으면 무리해서 많이 하고, 컨디션이 나쁘면 아예 건너뛰기도 하는 삶을 살았다. 그런 나에게 온 변화이자 상담으로 인해 가져온 눈에 띄는 결과물이었다. 이렇게 한 달간의 상담이 끝난 나는 더 이상 시간에 쫓겨 살지 않는다. 과제를 1분 전에 제출하던 나는 이제 상담에서 배웠던 방법을 사용해 우선순위와 시간을 분배하며 일찍 제출한다. 시간을 분배하며 살지 않았던 나는 아직 미숙하지만 열심히 시간을 나눠 사용한다. 사소한 변화는 많은 결과를 만들었다. 덕분에 과제를 끝내고 남는 시간에 한 번 더 과제를 보며 과제의 질을 올리고, 시간을 열심히 분배하여 중간고사보다 더 많은 시간을 기말고사에 투자해 원하는 성적을 얻었다. 그렇게 시간을 당당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평소 원하던 방향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공부와 더불어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친구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이 상담으로 인해 완벽한 사람이 되거나 처음에 원했던 어마어마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분명하다. 한 달간의 상담이 끝난 나는,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