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담 후기 공모전 심리검사 부문 성장상 수상작
인정하고 마주하기
심리검사 부문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갈 수 있는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고민이다. 나 역시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고, 나 자신이 항상 궁금했었다. 그래서 지속해서 관심을 가진 것이 있는데, 바로 <MBTI 검사>였다. 나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종종 MBTI 검사를 했다. 검색창에 '무료 성격 유형 검사'라고 검색하면 제일 위에 뜨는 사이트로, 몇 가지 문항에 자신의 선호도를 표시하면 알록달록한 캐릭터와 함께 성격유형을 알려주는 것이 그 사이트의 특징이다. 나는 MBTI 검사가 지금처럼 유행하기 전부터 유형들의 별칭을 다 외우고 있을 정도로 MBTI 검사에 흥미가 많았고, 해당 사이트에 대한 신뢰 또한 컸다. 그러다 한 시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내가 수없이 많이 해왔던 검사가 사실 MBTI를 알 수 있는 공식 검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이트가 공식 MBTI 검사에서 질문을 교묘하게 바꿔 저작권 문제를 피해 간, 공인되지 않은 가짜 검사를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된 MBTI 검사를 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중략)
상담센터에서 받은 내 MBTI 검사 결과는 '임금 뒤편의 권력형'이라고도 불리는 ISFJ였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에 나는 별 감흥 없이 해석을 듣기로 했다. 해석은 ZOOM 프로그램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나를 포함해 총 4명의 학생이 모였다.
담당 선생님께서는 해석을 시작하며 "MBTI에서의 유형은 좋고 나쁜 게 없다"라는 점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특정 유형의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반대 성향이 없는 게 아니라는 설명과 함께 다양한 예시를 들어 해석을 해주셨다. E와 I를 설명할 때는 모임 자리에서 다양한 사람과 사귀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을 E에, 거기에서도 주로 아는 사람하고만 이야기하는 사람을 I에 비유했는데, 모임에만 나가면 아는 사람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파워 I인 나는 정말 크게 공감했다. 다음으로는 S와 N을 숲을 보는 사람과 눈앞에 있는 나무를 보는 사람에 빗대어 설명해주셨다. 나는 S와 N유형에 대한 해석을 들으며 검사를 할 때마다 매번 바뀌는 내 유형에 관한 질문을 했는데, 이런 경우에는 두 유형의 특성 모두를 고루 가지고 있어서 그것대로의 강점이 있다는 답변을 해주셨다. 항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 같아서 싫어했던 부분에서 도리어 칭찬을 받으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 자신을 너무 세세한 틀에 맞추기 위해 살을 깎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어서 T와 F를 설명할 때는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온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주겠냐?"는 질문을, J와 P를 설명할 때는 "시험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하느냐?" 등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졌다. 그런데 정말 흥미롭게도 사람들이 하나도 겹치지 않고 저마다의 대답을 내놓았다. 사람의 특성에 대해 여러 생각을 나누는 그 시간 자체가 나는 무척 재미있었다. 혼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와 나를 비교하며 해석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해석하는 시간 가지면서 나 역시 I 유형의 사람이지만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즐긴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더불어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P 유형은 게으르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오히려 돌발 상황에는 J 유형의 사람보다 훨씬 유연하게 대처를 잘할 수 있다는 P 유형의 강점을 알게 되었다. 이런 면에서는 계획적인 성향의 J 유형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plan B, C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새로 배웠다. 해석을 받으면서 사람은 저마다의 생각과 강점을 가지고 있듯, 부족한 점도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지금껏 넘쳐흐르는 MBTI 관련 정보들을 받아들이면서 오해가 쌓였던 부분을 바로 잡아 대인관계의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그동안에 내가 자신에게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번 해석을 통해 나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하고 보살피며,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어쩌면 자신이 갖지 않은 부분에 이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내가 가진 강점이 남들보다 작거나 하찮은 것이 아니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노력으로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성장의 원동력이 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내가 하자 있는 존재가 되는 게 아니다. 약점을 보완하기 전 남들과 나의 다름을 알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인정하고 나면 다른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는 일이 상대의 베스트 컷과 나의 B컷을 비교하는 것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제 나는 내가 부족한 부분을 바라보며 약점에 집중하기보다 나의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겠다.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로 세상을 마주한다면 더욱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