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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상담 후기 공모전 개인상담 부문 변화상 수상작

등록일 2022-11-03 작성자 최민영 조회수 2650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개인상담 부문

(중략)

교내 학생생활상담센터의 존재를 알게 된 건 21학년도 1학기 늦은 봄이었다. 나는 마침 그때 친구와 또래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었다. 멘토링 프로그램 설문 조사하는 페이지에서 개인 상담을 신청하는 페이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페이지를 발견했을 때 나는 몹시 끌렸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충동적으로 곧장 상담을 신청해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칠 대로 지친 그때의 나는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공간인지도 모르는 어딘가에 기대기를 무척이나 원하고 있었다. 우리는 신체적으로 고통을 겪을 때는 쉽게 병원에 가지만, 정신적 어려움에 부딪힐 때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망설이게 된다. 상담을 처음 시작하기 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까지 털어놓을 수 있을까?’, ‘상담을 받고 나서 달라진 점이 없으면 어떡하지?’, ‘상담 선생님이 대충 상담해주면 어떡하지?’ 등 시작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생각으로 첫 상담에 임했던 나다. 상담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사전 상담 선생님께서 나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바로 상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체계적으로 미리 사전 상담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 생각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이네?’학교에서 하는 상담이라고 쉽게 봤던 내 생각을 뒤집어 놓았다. 시작하기 전 스스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상담이 한 마디 한 마디 내 이야기에 집중하고 반복해서 듣고 쓰시는 상담 선생님의 태도에 노력해서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마음속 이야기에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사실에 깊은 감사함을 느꼈다.

(중략)

상담을 처음 시작할 때 상담선생님의 질문에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 나는 상담 회기를 더해갈수록 나의 내면 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감정들을 입 밖으로 꺼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젠 모르겠어요가 아닌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상담을 받아보고 나서 난 상담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상담은 병원처럼 아픈 곳을 말하고 약을 처방받고 바로 아무는 그런 순서가 아니다. 상담은 선생님과 나의 내면의 방에 들어가서 오래 앉아 있으면서 어디가 고장 났는지 어디를 보수해야 하는지 또 방의 구조를 바꾸는 일을 통해 나의 생각을 바꾸는 행동을 선생님과 같이하게 된다. 상담 선생님은 해결책을 제시 해주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문제 해결의 길을 함께 찾아 떠나는 동반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상담에 온 나는 수동적으로 조언과 지시를 듣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며 나의 내면을 탐색하게 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사이에 내가 찾던 답에 보다 가까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상담은 자신의 문제를 깊게 인식하고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연습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상담 선생님은 문제 해결의 과정을 옆에서 도와주는 조력자이지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상담을 받은 후에는 문제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 나로 적극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혹시 이런 기분을 한 번이라도 느껴봤나요? 본인이 쓸모없고 하찮은 존재로 느껴지고, 이 세상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혼자 남겨진 느낌, 아무런 희망도 없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 느끼는 감정 외에 입학하고 학교생활이 낯설고 적응이 힘든 1학년 학우,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마음에 힘들어하는 학우, 보람 있는 대학생활을 위해 도움을 받고 싶은 학우, 보다 성숙해진 나를 원하는 학우

지금 당신은 마음의 짐을 나누어 들어 줄 든든한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힘든 순간에 학생생활상담연구소의 문을 두드릴 수 있기 바랍니다.

분명 우리가 지나가는 길에 있는 상담센터인데도 상담을 받으러 가는 길은 멀고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나에게는 안 가도 되는 곳, 정신적 심리적으로 매우 중한 사람이 가는 곳이라고 느껴지고 상담센터에 방문해야만 대학을 졸업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작은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가봤으면 좋겠다.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신청했던 나처럼. 어딘가에 기대고 싶었던 그 마음 때문에 지금의 난 내 내면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었으니까. 누군가 나에게 학생생활 상담센터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물어본다면 22년 동안 같이 성장해와 모르고 있었던 나의 불안한 반쪽을 살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곳이라 대답할 것이다. 학생생활 상담센터 덕분에 나는 내 마음을 보살필 수 있게 되었고 더 많은 감정들을 느끼고, 불안이 찾아와도 이쯤이야!” 말할 수 있게 된 곳이라 설명할 것이다.

선생님의 마지막 말이 생각난다.

 

언제든 고민 있으면 찾아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