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담 후기 공모전 프로그램 부문 변화상 수상작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경험한 것을 녹여 만든 에세이입니다.
상담 후기를 읽고 나누시길 바랍니다!
2020년 상담 후기 공모전 프로그램 부문 변화상(2등) 수상작
나를 대학생으로 만들어 준 나의 멘토님
대학교 1학년 1학기, 첫 등록금을 내자마자 시작된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인해 나는 무기력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꿈꿔온 대학교 캠퍼스 생활에 대한 환상은 깨진 지 오래였고 긴 시간 동안 집 안에 틀어박혀‘강의 듣고 과제 하기’만 하고 있으니 피폐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유독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밖을 나도는 것을 좋아하는 나여서 더욱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반복되는 생활에 지쳐가던 어느 날, 학교 홈페이지를 확인하다 멘토 멘티 프로그램을 발견하게 되었다. 멘토 멘티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학년의 사람 둘이 각자의 멘토, 멘티가 되어 활동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침 나는 공모전 같은 외부활동에 관해 관심을 두고 있었고 나보다 학년이 높은 분과 활동을 하다 보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신청하고자 하였다.
문제는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할 멘토를 스스로 구해와야 했는데 학교 땅 한 번 밟아본 적 없는 나와 인연이 있는 선배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신청하고 싶어서 대학교 커뮤니티 앱에 무작정 글을 올렸다. 이름도 나이도, 과도 쓰지 않고 그냥‘저랑 멘토 멘티 프로그램하실 분!’이라고 올린 글이었는데 한 분이 연락을 주셨다. SNS 아이디를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다 그분이 같은 학과 선배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엄청난 우연이라며 놀라고 이건 운명이 아니냐며 즐거워했다.
나는 이 선배님이랑 내가 잘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선배님도 내가 마음에 드셨는지 우리는 바로 프로그램 신청서를 작성했다. 얼마 뒤, 같은 과 선·후배라서 멘토 멘티 프로그램보다는 학습 멘토링을 신청하는 게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 작은 헤프닝이 있었지만 어쨌든 나는 선배님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 멘토님께서 궁금한 점이나 관심 있는 활동, 장래 희망 같은 것을 물어보셨다. 그때의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대답하고 곧 잊어버렸는데 이후 프로그램 활동을 하다가 감사함을 느끼고 감동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멘토님께서 내가 답한 것을 위주로 설명해주시고 관련 활동을 조사하여 알려주셨기 때문이다. 언제는 내가 학교가 어떤지 궁금해했는데 멘토님께서 소속되어 있는 연구실로 초대하려다 비대면 원칙으로 인해 못 가게 되었다. 처음 가볼 학교에 한참 기대하고 있었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실망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는데 멘토님께서 학교 풍경이나 학과 사무실, 연구실 내부의 공간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주셨다. 이때, 사진으로나마 학교 공간을 볼 수 있어서 학교생활을 상상하며 대학교 캠퍼스 생활이라는 설렘을 잠깐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학과 교수님에 대해 여쭤봤더니 과의 모든 교수님의 수업방식, 시험 난이도 등을 정리하여 알려주신 적도 있었다. 이후 전공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는데 이 정보가 많은 도움이 됐던 거 같다. 이 외에도 자기 주도적인 대학교 공부가 어렵다고 하자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PPT를 제작해, 알려주셨고 적극적인 학교 프로그램 참여가 중요하다고 하시며 비교과 활동 정보와 학과 취업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도 해주셨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은 같은 학교, 학과 선배님과의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 학과에 알고 있는 선배가 있다는 것은 정말 든든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것을 먼저 해본 사람에게 충고와 조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멘토님께서는 내게 전공 내용을 가르쳐주거나 시험 문제에 대한 내용을 알려주진 않으셨다. 하지만 내 동급생들은 모르는 많은 정보를 알려주셨다. 이 정보를 유용하게 편집하여 잘 써먹는 것은 이제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고 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살짝 어긋날지도 모르지만 내가 학습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다른 사람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19가 유행한 후로 집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계속 가족들과만 이야기하게 됐다. 물론, 고등학교 친구들과 꾸준히 연락하긴 했지만, 문자로만 얘기하고 전화는 잘 하지 않아 다른 사람과 직접 말하고 떠드는 것이 그리웠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람과 같이 말하고 새로운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프로그램 첫 활동 때 어색하고 쑥스러웠지만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인 것 같다. 그때의 나에게는 멘토님께서 알려주신 많은 정보보다도 다른 사람과 대화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그때 알려주신 정보는 지금의 나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다.
짧은 프로그램 시간이 끝나고 나에겐 몇 가지 변화들이 있었다. 먼저 내가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횟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멘토님께서 몇 번이나 강조하셔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학교 홈페이지를, 특히 공지사항을 자주 확인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교수님들이 어렵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막 입학하고 수업을 들을 때는 교수님이 마치 다른 세상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힘든 학사과정을 거쳐서 석사, 박과 과정까지 끝냈다는 게 너무나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배님을 통해 교수님에 대해서 얕게라도 알게 되니까 그렇게 멀게 만은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물론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고 여전히 존경하지만, 이제는 함께 대화도 해보고 싶고 궁금한 것도 물어볼 수 있게 됐다.
또한, 비교과 프로그램 등, 여러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도 멘토님께서 다양한 내·외부활동을 소개해주신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램이 끝난 지는 한참 지났지만 나는 요즘에도 멘토님과 연락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이 공모전이 열린다는 것을 알려줄 정도로 나에게 관심을 두고 도와주려고 하시는 멘토님께 항상 감사한다. 언젠가 이 프로그램이 다시 열린다면 그때는 내가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 나의 멘토님께 받은 지식과 정보를 나누어주고 싶다. 아무것도 모를 때 누군가가 그러한 지식을 전해준다는 건 정말 감사하고 도움 되는 일이라는 것을 지금 내가 가슴 가득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나의 멘티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여 많은 노하우를 알아놔야겠다.
막 대학교에 들어와 아는 것 하나 없는 새내기를 하나부터 열까지 찬찬히 알려주신 멘토님 덕분에 나는 드디어 진정한 대학생이 되었다고 느껴진다. 어려운 시기, 어려운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어주신 멘토님께 감사하단 얘기를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멘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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