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담 후기 공모전 집단상담 부문 변화상 수상작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직접 집단상담을 받은 경험을 녹여 만든 에세이입니다.
상담 후기를 읽고 나누시길 바랍니다!
2020년 상담 후기 공모전 집단상담 부문 변화상(2등) 수상작
너는 왜 공부를 하니?
그냥 남들이 하길래 해야 할 것 같아서 나도 따라 했다.’ 나에게 공부를 왜 하냐고 묻는다면 내가 늘 하던 대답이었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유독 공부에 쉽사리 흥미를 느끼지 못한 학생이였다. 어릴 적 너무 공부가 하기 싫어 아버지께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물어보자, 아버지께서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라며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하셨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단순히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 혹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는 허무맹랑한 말보다는 훨씬 좋은 말씀을 해주셨던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도대체 무엇인지 수없이 생각해봤지만, 지금까지 완벽한 답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아직 세상을 덜 살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저 친구들이, 혹은 남들이 하길래 그냥 나도 따라 했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냈고 평범한 성적으로 대학교를 진학했다. 의아했던 점은,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께서 나의 학업에 대해 큰 관여를 하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사교육을 안 했던 것은 아니지만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과한 학업 스트레스는 주지 않으셨다. 나중에 왜 그랬냐고 물으니 대학교에 진학한다면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하셨다고 한다. 실제로 학과선택은 아직도 잘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나와 잘 맞았고 지금까지도 후회 없는 선택이라 생각 한다. 새로운 스타일의 수업방식과 다양한 교수님들로부터 내가 좋아하는 과목들을 배우게 되니, 고등학생 때와는 다른 새로운 흥미를 느낄 수 있었고, 우수한 성적으로 종강을 하여 첫 학업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았을 때 느꼈던 전율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하지만 성적장학금의 인상이 너무 강렬했던 탓이었을까? 나는 그저 장학금을 위해 학점만 쫓게 되는 학생이 되어있었다. 수업시간에 필기와 정리를 정말 꼼꼼하게 했고 중간, 기말고사가 되면 밤을 세워갈 정도로 시험공부를 하며, 과할 정도로 과제를 꼼꼼히 했다. 그렇게 해서 실질적인 공부의 동기와 전혀 관계없이 그저 원하는 학점과 등수가 나와 장학금을 받게 되면 행복해하고, 원하지 않던 결과가 나올 땐 우울해 했다. 다르게 생각하면 학과공부에 한해서는 성실하게 임했다 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자격증이나 토익과 같은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요즘에는 도저히 동기부여가 쉽사리 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장학금을 목표로 학점에 대해서만 목표로 하여왔고 그로 인해 학점에 대해선 남부럽지 않게 관리를 잘 해왔지만, 막상 취업 준비를 위한 공부를 하려니 이렇다 할 동기를 느낄 수 없었다.
취업이라는 인생에 가장 큰 동기를 느껴야 할 이 시기에 책상에 앉으면 쉽사리 긴 시간을 집중하지 못하니 나 스스로도 많이 답답했다. 그동안은 한 학기마다 기계적으로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다 보니 괜찮았지만, 취업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내가 해야 할 공부들의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맞춰나가야 했던 것에서 차이가 있었지 않나 싶다. 또한, 단기간에 내가 원하는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고, 단순히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기에 쉽게 동기를 느끼지 못한 것 같다. 물론 머리로는 취업을 위해서 강제로라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몸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학교 홈페이지에서 집단 특강 프로그램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중에 ‘공부가 머니?’라는 제목으로 학업 증진에 대한 특강을 하는 프로그램에 눈에 띄었다. 적성검사나 심리검사 같은 경우에는 이전에도 많이 받아봤었지만, 학업 증진에 대한 검사라는 점에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마침 여름방학이기도 하고 코로나-19 로 인해 비대면 zoom으로 편하게 집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도움이 됐다.
상담은 우선 MSLT 라는 학습전략검사에 대한 결과지를 토대로 학생 개개인의 자기주도학습능력과 성격과 동기, 정서, 행동특성에 대한 상담으로 이루어졌는데, 예상했던 대로 나는 성실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수업을 듣고 시간 관리를 하며 공부를 하는 전략 자체는 좋게 나왔지만, 학습 동기가 많이 낮고,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고, 잘하지 못하는 모습은 극도로 꺼리는 성향이 강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내가 원해서 하는 주도적인 공부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쟁심만 가득한 비효율적인 학습만 이루어지고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만 높아져 정서적으로도 불안하고 짜증을 잘 느낀다는 결과였는데 결과지를 보면서 많은 부분들이 공감이 됐다. 순간의 집중력은 높았지만, 집중도를 계속적으로 이어나가려는 의지와 실질적인 공부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시험 기간에 쫓기듯 공부를 하던 내 모습이 많이 상상이 됬다. 매번 한 학기 학점만을 목표로 단순한 주입식 공부를 하다 보니 취업이라는 큰 줄기에 필요한 학습방법이 정립되지 않은 것이다.
상담사님께서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부족한 점들은 어떻게 바꾸고, 긍정적인 부분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맞춤형 상담을 해주셨다. 그동안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결과를 기대하며 학습했던 나의 막연한 특성들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 많은 조언을 해주셨고, 당장에 이런 습관들을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앞으로 해야 할 취업 준비에 대한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동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에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 학습 전략 자체는 양호한 편이니, 노력하려는 의지와 실질적인 동기를 이끌어 낼 수만 있다면 잠재적으로 꾸준한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말씀도 해주셨다.
프로그램이 집단상담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다른 학생들의 사례도 보면서 서로의 고충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개개인이 성격이 다른 것처럼 학습방법도 정말 제각각이었는데, 의지는 있으나 학습방법이 잘못되었던 친구도 있었고, 공부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는 친구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어릴 적부터 특정 직업에 대한 큰 동경심을 가지고 그 꿈에 열심히 나아가고 있던 학생이 참 기억에 남는다. ‘나는 왜 저런 동기를 느끼지 못할까?’ 하는 후회도 들었다. 그 학생의 마음가짐을 보면서 후배지만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스스로 동기를 느끼게 되는 공부가 무엇이며 그 과정을 찾기 위해선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에 대해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그 학생을 보면서 해답을 찾지 않았나 싶다.
상담을 받고 이후, 현재는 마음을 새로 다잡고 내년에 있을 자격증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단순히 마음만 고쳐 먹는다고 취업 준비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익히는 그 자체를 중요하고 여기며 뿌듯함을 느끼고, 내가 공부하는 내용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생기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전과는 다르게 자신감이 생기는 느낌을 확연히 느낀다. 또한, 내가 하는 이 공부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과시하는 것이 아닌, 배움을 통해 발전해가는 나의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
막연했던 나의 학습 전략에 대해 큰 깨달음을 주었다는 점에서 이번‘공부가 머니?’상담을 듣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번 상담을 진행하면서 앞서 언급했던 ‘공부를 왜 해야 할까?’라는 질문도 끊임없이 되물어봤지만, 아직도 그 정답을 알아내지는 못한 것 같다. 다만 이번 상담을 통해 한 가지 확실해진 점은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그 행동 자체에 흥미와 재미를 느껴 가는 과정이 진정한 공부라는 점이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이러한 작은 깨달음 하나하나가 이어져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4학년 학생들이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학과 공부를 성실히 임했더라도 취업을 위한 학습은 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되는데, 단순히 취업을 위해 억지로 하는 하기 싫은 공부가 아닌, 내가 진정으로 이 공부를 왜 해야 하고, 이 공부를 함으로써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 본 작품의 저작권은 대구대학교 학생생활상담센터에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사용을 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