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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상담 후기 공모전 심리검사 부문 변화상 수상작

등록일 2021-03-04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654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직접 심리검사를 받은 경험을 녹여 만든 에세이입니다.

상담 후기를 읽고 나누시길 바랍니다!  

 

2020년 상담 후기 공모전 심리검사 부문 변화상(2) 수상작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본 순간

 

작년에 처음으로 개인 상담을 한 후로 올해 5월에 두 번째 개인상담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 나의 주 호소문제는 남자친구와 이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혼자 남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었다. 상담을 시작하기 5개월 전에 남자친구가 나 몰래 내가 싫어하는 여자아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자친구는 직업군인이어서 장거리 연애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장거리 연애는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남자친구와의 연애는 4년차를 접어들었고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애착이 많이 되어있어 힘들었지만 쉽게 헤어지지 못했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아이들과 연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남자친구에 대한 안 좋은 생각과 함께 내 어릴 적 가족에게 받은 트라우마도 생각나기 시작했다. 나는 낮이고 밤이고 잠들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나마 잠들 수 있었던 날에는 거의 악몽을 꿨다. 매일을 울면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남자친구가 여자아이들과 연락을 끊은 지 4개월 정도가 흐른 뒤였지만 나는 계속해서 남자친구가 내가 아닌 또 다른 여자아이들과 관계를 이어나갈까봐 불안했다. 불안하고 힘들었지만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그래서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 이야기를 상담사 선생님께 했다. 선생님께서는 현재 드러나 있는 남자친구의 문제보다도 나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핵심 욕구와 정서를 파악하려고 했다. 기본적으로 SCTMMPI 검사를 실시하였고 결과는 전반적으로 우울과 불안이 높았다. SCT검사에 내가 완성한 문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의 아주 어릴 적 트라우마를 이야기 하게되었다.

나는 가족들과 정서적인 유대감이 없고 또 가족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어렸을 때 가족들에게서 정서적인 학대와 신체적 학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족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 검사를 하기 훨씬 이전부터 스스로 깨닫고 있던 사실이다. 내 주위 또래 친구들 대부분이 나처럼 부모님께 꾸중을 듣거나 맞는 형태로 훈육을 당했었다. 그런데 왜 나만 가족을 이토록 싫어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곤 했지만 혼자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냥 단지 어렸을 때 기억으로 나에게 상처를 줬다고 막연하게 싫어할 뿐이었다. 나의 어릴 적 안 좋은 기억이 나에게 하는 훈육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아직 덜 성숙해서 어린 마음에 부모님을 미워하는, 불효녀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트라우마가 떠오를 때면 그 트라우마 사건 자체로 힘들기도 했지만 나는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존재인 가족을 미워하는 못된 아이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꼈던 것 같다.

상담사 선생님과 가장 많이 떠오르는 트라우마 사건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 하면서 그 당시에 나는 어떤 느낌이 들었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상기시켰다. 그리고 그런 생각과 감정이 들었던 게 내가 무엇을 원해서 그런 생각과 감정을 느낀 것인지에 대해서도 선생님과 함께 탐색해보았다. 그리고 그 상황에 부모님은 나에게 왜 그런 말 또는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부모님이 나에게 왜 그랬는지 이해를 하고 내가 나의 내면에 어떤 욕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차리게 되었다. 상담 시간에 제한되어있어서 나의 모든 트라우마를 다루지는 못했지만 상담시간에 다루었던 트라우마는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또 빈의자기법을 활용해서 그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억압되어 있던 것들이 분출되고 해소되었다. 기법도 기법이지만 나의 내면 깊은 곳을 탐색할 만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내가 그런 생각과 감정이 왜 드는지에 대해 즉 나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았다.

상담을 하기 전에는 트라우마가 떠올라서 생각이 깊어져도 나의 내면의 욕구를 파악할 수 있게 생각하는 방법은 몰랐기에 겉으로만 드러나는 생각만 끊임없이 했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욕구는 파악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낸 것이다. 드디어 나는 상담을 통해서 내면 깊이 탐색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그렇게 상담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결과 나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가장 큰 욕구는 사랑받고 싶은 욕구와 버림받고 싶지 않은 욕구이다. 나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나서 지금까지 나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았다.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가 많아서 나는 가족에게서는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남자친구가 생기기 전까지는 친구 관계에 집착을 했다. 친구들에게서 사랑을 채우려고 했던 것이다. 친구들과 사이가 좋을 때에도 친구들이 한 순간에 날 떠나가진 않을지 항상 불안해하고 걱정했다. 친구들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혹시나 나를 싫어해서 그러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어 이성에 눈을 뜨고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남자친구에게서 무한한 사랑을 바랐다. 날 사랑해줬으면 좋겠고 나만 사랑하면 좋겠고 또 날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한테는 남자친구가 전부였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아이들과 대화만 해도 질투가 났다. 용건이 없다면 굳이 연락을 할 필요도 대화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랑만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마음대로 되질 않자 남자친구의 여자사람친구(여사친)들과의 관계를 모두 끊으라고 했다. 상담을 하기 전에는 내재 되어있는 잠재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그냥 단지 질투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질투가 많은 것에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은 남자친구가 내가 아닌 다른 여자아이들을 더 좋아하고 사랑할까봐 그래서 나를 떠날까봐 그게 겁이 나고 불안해서 질투를 한 것 이였다. 내가 남자친구에게 정말로 원했던 것은 여사친들과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날 떠나지 않겠다는 확신과 나에 대한 사랑이었다.

10회기 상담을 하면서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나의 욕구를 파악하여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의 잠재되어있는 욕구가 타인과 관계를 할 때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상담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나를 이해 하게 되니, 남자친구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상대방을 내 기준에 바꾸려고 한 나의 이기적인 마음도 연애를 할 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친구가 여사친들과 연락을 한 사건이 남자친구와 나의 관계가 위태롭게 된 요인이긴 하지만 내가 극도의 불안함을 느끼게 된 것이 그 사건 뿐만이 아니였다. 원래 나는 어떠한 관계에서든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내가 남자친구와 사건이 터지고 정도가 더 심해진 것이다. 근데 그것을 모르고 남자친구 탓만 했었다.

상담이 끝난 후 좋아한다는 이유로 남자친구도 나도 행복하지 않은 연애를 하고있는 것 같아서 이별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지금은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3개월 정도가 되었다. 내가 여태 살아오면서 어떤 누구보다도 열렬히 사랑했고 가족들보다 훨씬 더 애착이 되어있던 남자친구와 헤어짐을 결심한 것은 내 세상을 바꾸는 일이었다. 남자친구도 나도 어느 누구의 잘못이 아닌 둘 다 성숙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이별이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주위에 나의 좋은 사람들이 엄청 많은 위로를 해주었고 무엇보다 내가 성장했기 때문에 잘 극복 할 수 있었다. 사춘기가 지나고 신체적인 성장이 끝나서 더 이상 성장할 필요를 못 느꼈다. 상담을 하고 나서 가장 많이 느낀점은 성인이 된 후에는 나를 잘 이해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담이 마무리 되고 난 후 이 모든 것을 깨달은 나는 이제야 비로소 한 단계 성장을 했다고 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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