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담 후기 공모전 집단상담 부문 변화상 수상작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직접 집단상담을 받은 경험을 녹여 만든 에세이입니다.
상담 후기를 읽고 나누시길 바랍니다!
2019년 상담 후기 공모전 집단상담 부문 변화상(2등) 수상작
“나도 너랑 똑같아 : 생각의 방이 확장되는 시간”
“여러분들의 개인적인 목표를 작성해볼까요?”
수업 과제로 시작한 8주간의 집단상담의 시작을 연 첫마디였다. 상담센터에는 여러 주제의 집단이 열리고 있었지만, 나의 마음을 이끈 것은 진로 탐색이란 주제였다. 내가 4학년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차피 해야 할 과제니 경험적으로 편해 보이는 것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첫 시간, 집단상담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나눠준 종이에는 적어야할 여러 목표가 있었지만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은‘ 이번 집단상담을 통해 변화하고 싶은 점’이었다.
나는 처음에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직업을 알고 싶다’ 라던가 ‘내가 목표하고 있는 직업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 같이 일반적이고 무난한 목표들을 적었지만 집단상담이 처음이기 때문일까 내가 적은 목표들이 마음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꿔 적지는 않았다. 다른 목표가 떠오르지 않은 것도 있지만 무난한 목표를 바꿀 정도로 진지하지 않았기 때문도 있었다.
다른 집단원들과 서로 정한 목표를 이야기하는 시간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각자 지향하는 목표도 달랐고 원하는 것도 집단에 대한 태도도 달랐다. 그러나 모두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과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모두가 같았다. 서로의 이야기가 끝나고 들었던 내 생각은 ‘내가 고민하고 있고 어려워하는 것에 대하여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이었다.
집단상담의 첫 시간이 끝나고 나는 조금 진지해져 있었다. 집단에 대한 안도감이 들었던 그 순간을 나는 기억했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커지는 첫 순간이었다.
첫 주차의 집단상담이 끝나고 나는 앞서 적었던 목표를 다시 적기 시작했다. 목표를 적기에 앞서 나의 태도에 대해 스스로 성찰해나갔다. 나는 어떤 과제를 수행하거나 활동을 해야 한다면 다 같이 하는 것보다 혼자서 하는 것을 선호했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같이 활동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작업하면서 서로에게 양보하고 시간을 내어 노력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일이 잘못되면 서로 다투고 감정이 상하게 되는 등의 일들을 피곤하고 겪기 싫다고 생각했다. 또한 앞서서 하기보다 뒤따라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것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깨달은 나의 모습들을 이번 집단상담을 통해 조금이나마 바꾸는 것으로 목표를 다시금 세웠다.
집단상담의 2주차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주저했다. 집단상담 선생님께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거나 직접 지명하지 않으면 대답하거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고 다른 집단원들이 내가 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2~3명끼리 모여 자신의 꿈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자신감 있게 이야기한 것이 2주차 때의 나의 한계였다.
3주차, 자신에게 직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은 나에게 가장 큰 변화를 겪게 했던 활동이었다. 나에게 직업이란 나 자체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나를 가장 잘 대표하는 가치로 인식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저 돈을 버는 일시적인 수단이라고 또 다른 집단원은 잠시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직업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자신이 가지게 될 직업을 저렇게 가볍게 표현하고 생각하는 다른 집단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와 설명을 들을수록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른 방식과 형태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단지 직업은 그 여러 방식 중 하나의 수단일 뿐이었다.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나와 그들은 다르지 않았다.
집단상담 활동은 계속되었고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진로와 직업에 대한 걱정과 무게를 덜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처음으로 정했던 목표와는 거리가 있었다. 4주차, 5주차가 진행될수록 나는 누구보다 앞서서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렇게 6주차가 되었을 때 우리는 가치경매라는 활동 진행했다. 이것과 같은 활동을 이전에 해보았던 경험 때문이었을까 나는 다른 집단원들 향해 장난을 치거나 웃거나 아쉬워하는 등의 여러 가지 감정적인 표현을 할 수 있었다.
3주차와 비슷하게 다른 사람이 중요시 여기는 가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역시 색달랐지만 타인을 자연스럽게 대하는 나의 모습에 놀랐다. 다른 집단원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집단상담 중 진행했던 활동시간이 전부였고 다같이 밥을 먹거나,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에게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웠고 내가 정했던 목표에 다가간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8주간의 집단상담이 끝나는 마지막 시간에 우리는 롤링페이퍼를 쓰게 되었다. 나는 이 활동에 대해 집단상담이 끝나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걱정이 먼저였다. 나는 집단 활동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을 개인적인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롤링페이퍼는 집단원들이 나를 익명으로 평가하는 성적표처럼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내가 받은 성적표에 담긴 글들은 호의로 가득했다. ‘먼저 나서줘서 고마웠다’ 또는 ‘항상 앞장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밝은 모습이 좋았다’ 와 같은 그들이 나를 향한 평가들은 너무나도 기뻤다. 타인에게 처음으로 받아본 평가였고 이것은 내가 목표로 하는 것에 한걸음 내딛을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주었다. 타인과 활동하면서 처음 겪어본 기쁨과 만족감이었다.
모든 사람의 삶은 같을 수 없고 각자 다른 형태로 살아가기에 우리는 타인이 나를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인에게 나를 설명하는 일들은 너무나도 힘이 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이번 집단상담을 통해 무조건 그렇지 않다고 느꼈다.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이들과 나는 서로 같은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동질감을 느꼈다. 그러기에 서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말이나 노력은 필요치 않았다.
나는 더 이상 잘 모르는 타인을 더 이상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와 다르게 보이지만 분명히 나와 같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타인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나도 너랑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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