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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상담 후기 공모전 심리검사 부문 도전상 수상작

등록일 2020-03-24 작성자 이수정 조회수 2654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직접 심리검사를 받은 경험을 녹여 만든 에세이입니다.

상담 후기를 읽고 나누시길 바랍니다!  

 

2019년 상담 후기 공모전 심리검사 부문 도전상(3등) 수상작

 

 

인간이라는 숲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를 알아채며 살아갈까? 수많은 관계들로 엮인 이 세상에서 오롯이 나로 살아가기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에 대한 생각을 쉬지 않는다. 자기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수정하며 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또래상담을 하며 느낀 건, 우리의 갈등은 나와 타인 간 욕구에 의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는 개별적인 하나의 존재라면, ‘은 보편적인 다수의 존재가 될 수 있다. 세상에 팽배한 보편적인 것에서 튀어 나온 나의 독특성은 어째 이상한 것만 같다.

나는 이런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개인차를 인정할만한 이해, 그것의 첫 발은 설득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자기에 대한 더 넓은 이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나를 통해 남을 이해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심리검사를 통해 우리가 스스로를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나의 생각은 꽤나 회의적이었다. 관련 학과를 다니고 있음에도, 심리검사에 대한 회의감이 있었던 까닭은 사람들의 다양한 독특성을 어떻게 몇 가지로 한정해 나눌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물론, 사람들에게 보편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단지, 보편성으로 인해 개인의 독특성이 무시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으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또래상담을 위해선 심리검사를 받아야 했고, 또래상담 멘티와 함께 검사를 받으러 가게 되었다.

CSTMBTI 두 가지의 검사를 받고, 멘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보는 멘티의 모습이 멘티의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기에 내게 좋았던 건, 심리검사를 통해 내가 보지 못한 멘티의 모습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럼으로 멘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생각해볼 수 있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또한 나 역시도 내게 나온 결과를 통해 스스로 물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스스로 탐구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예전에 배웠던 성격심리학책을 다시 펼쳐보았다. 교재를 다시 훑어보며 생각한 것은, 내가 개인의 독특성에 치중되어 보지 못했던 건 왜 우리에게 인간의 보편성을 탐구할 필요가 있느냐에 대한 물음이었던 것이었다.

이를 통해, 어쩌면 나는 인간이라는 숲에서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나무만 바라보려 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인간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인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인간은 하나의 유기체임과 동시에 여러 시대를 함께 살아온 하나의 종족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져오는 통찰은 바로, 우리 주변에는 과거에서부터 인간들이 공유해 온 세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성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며 심리검사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란 말을 전부터 좋아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전체를 조망한다는 것은, 세부적인 걸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MBTI를 예로 말하자면, 내 결과가 내향성으로 나왔다고 해서 내향적으로 그치는 게 아닌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외향적인 면도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찾아내고 생각해봄으로써 더 다양하고 넓게 보는 사고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건, 우리의 차이를 어떻게 인지하느냐인 것 같다. 누구든 보편적이지 않다고 해서 틀린 것도 아니고 보편적이라고 해서 맞는 것도 아님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를 통해 멘티는 자신의 갈등이 단지 틀림이 아닌, 서로 간의 다름 때문임을 이해했던 것 같다. 강점 검사인 CST를 통해 스스로 강점이 있음을 인지하고, 자신감있게 본인을 보여주며, 그렇게 멘티의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그러니까, 원래는 주변의 동기에 불과했더라면 현재는 서로를 이해해 주며 응원해주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를 알아채고 살아가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게 억울하다고 항상 나만 생각하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가끔 나에 대해 착각하기도 하고, 남에게서 오는 이미지를 통해 그 사람을 어림짐작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심리검사가 가지고 있는 함의는,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조망한 숲은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립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그런 이해들을 토대로 타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내향적이라고 해서 모든 상황에서 내향적이지 않음을 안다면, 타인이 어느 상황에서 외향적이라도 다른 상황에선 충분히 내향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런 이해들을 토대로 내 모습이 특정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통찰도 얻게 될 것이다.

나는 심리검사를 통해 나는 이런 사람이다.’를 밝힐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검사를 통해 충분히 내게 이런 특성이 있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이루고 있는 중심이 되는 파편들 쯤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나는 심리검사 결과를 통해, 스스로의 중심을 세우겠노라고 생각했다. 중심을 잡고 세상의 결을 따라 변화하는 것은, 곧 성장과 이어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장이란, 결국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리라.

물론 이 모든 것이 단지 심리검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또래상담이 심리검사와 상담, 그리고 다양한 활동으로 이루어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알 것이다. 심리검사는 자신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 그러니, 나온 결과에 회의 가질 필요도 나온 결과가 꼭 자신을 확신할 만큼 알려준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얼마만큼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아닐까, 나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킬 만큼 말이다.

 

 

* 본 작품의 저작권은 대구대학교 학생생활상담센터에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사용을 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