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담 후기 공모전 심리검사 부문 도전상 수상작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직접 심리검사를 받은 경험을 녹여 만든 에세이입니다.
상담 후기를 읽고 나누시길 바랍니다!
2019년 상담 후기 공모전 심리검사 부문 도전상(3등) 수상작
인간이라는 숲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나’를 알아채며 살아갈까? 수많은 관계들로 엮인 이 세상에서 오롯이 나로 살아가기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에 대한 생각을 쉬지 않는다. 자기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수정하며 ‘나’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또래상담을 하며 느낀 건, 우리의 갈등은 나와 타인 간 욕구에 의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는 개별적인 하나의 존재라면, ‘남’은 보편적인 다수의 존재가 될 수 있다. 세상에 팽배한 보편적인 것에서 튀어 나온 나의 독특성은 어째 이상한 것만 같다.
나는 이런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개인차를 인정할만한 이해, 그것의 첫 발은 설득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자기에 대한 더 넓은 이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나를 통해 남을 이해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심리검사를 통해 우리가 스스로를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나의 생각은 꽤나 회의적이었다. 관련 학과를 다니고 있음에도, 심리검사에 대한 회의감이 있었던 까닭은 사람들의 다양한 독특성을 어떻게 몇 가지로 한정해 나눌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물론, 사람들에게 ‘보편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단지, 그 ‘보편성’으로 인해 개인의 ‘독특성’이 무시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으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또래상담을 위해선 심리검사를 받아야 했고, 또래상담 멘티와 함께 검사를 받으러 가게 되었다.
CST와 MBTI 두 가지의 검사를 받고, 멘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보는 멘티의 모습이 멘티의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기에 내게 좋았던 건, 심리검사를 통해 내가 보지 못한 멘티의 모습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럼으로 멘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생각해볼 수 있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또한 나 역시도 내게 나온 결과를 통해 스스로 물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스스로 탐구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예전에 배웠던 ‘성격심리학’ 책을 다시 펼쳐보았다. 교재를 다시 훑어보며 생각한 것은, 내가 개인의 독특성에 치중되어 보지 못했던 건 왜 우리에게 인간의 보편성을 탐구할 필요가 있느냐에 대한 물음이었던 것이었다.
이를 통해, 어쩌면 나는 인간이라는 숲에서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나무만 바라보려 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인간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인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인간은 하나의 ‘유기체’임과 동시에 여러 시대를 함께 살아온 하나의 ‘종족’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져오는 통찰은 바로, 우리 주변에는 과거에서부터 인간들이 공유해 온 ‘세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성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며 심리검사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란 말을 전부터 좋아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전체를 조망한다는 것은, 세부적인 걸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MBTI를 예로 말하자면, 내 결과가 내향성으로 나왔다고 해서 ‘내향적’으로 그치는 게 아닌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외향적인 면도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찾아내고 생각해봄으로써 더 다양하고 넓게 보는 사고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건, 우리의 차이를 어떻게 인지하느냐인 것 같다. 누구든 보편적이지 않다고 해서 틀린 것도 아니고 보편적이라고 해서 맞는 것도 아님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를 통해 멘티는 자신의 갈등이 단지 틀림이 아닌, 서로 간의 다름 때문임을 이해했던 것 같다. 강점 검사인 CST를 통해 스스로 강점이 있음을 인지하고, 자신감있게 본인을 보여주며, 그렇게 멘티의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그러니까, 원래는 주변의 동기에 불과했더라면 현재는 서로를 이해해 주며 응원해주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나’를 알아채고 살아가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게 억울하다고 항상 나만 생각하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가끔 나에 대해 착각하기도 하고, 남에게서 오는 이미지를 통해 그 사람을 어림짐작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심리검사’가 가지고 있는 함의는,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조망한 숲은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립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그런 이해들을 토대로 타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내향적’이라고 해서 모든 상황에서 ‘내향적’이지 않음을 안다면, 타인이 어느 상황에서 ‘외향적’이라도 다른 상황에선 충분히 ‘내향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런 이해들을 토대로 내 모습이 특정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통찰도 얻게 될 것이다.
나는 심리검사를 통해 ‘나는 이런 사람이다.’를 밝힐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검사를 통해 충분히 ‘내게 이런 특성이 있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이루고 있는 중심이 되는 파편들 쯤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나는 심리검사 결과를 통해, 스스로의 중심을 세우겠노라고 생각했다. 중심을 잡고 세상의 결을 따라 변화하는 것은, 곧 성장과 이어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장이란, 결국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리라.
물론 이 모든 것이 단지 ‘심리검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또래상담이 심리검사와 상담, 그리고 다양한 활동으로 이루어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알 것이다. 심리검사는 자신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다. 그러니, 나온 결과에 회의 가질 필요도 나온 결과가 꼭 자신을 확신할 만큼 알려준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얼마만큼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아닐까, 나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킬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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