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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상담 후기 공모전 개인상담 부문 도전상 수상작

등록일 2020-03-24 작성자 이수정 조회수 2664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직접 상담을 받은 경험을 녹여 만든 에세이입니다.

상담 후기를 읽고 나누시길 바랍니다!  

 

2019년 상담 후기 공모전 개인상담 부문 도전상(3등) 수상작

 

한 줄기의 빛

 

 지난 해는 나에겐 정말 힘든 한 해였다. 동기들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으며 그냥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사귀던 남자친구와 매일 싸웠고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고 특히 지지체계가 되어 주어야하는 가족과 갈등이 생겼었다. 편해야할 집이 편하지 않고 고통스러웠다. 과연 내가 죽어도 슬퍼해줄 사람이 있을까? 내가 살아봤자 재미도 없고 미래는 어둡고 살기 싫을 만큼 괴로웠다. 그렇게 계속 지내다가 한 번은 아빠와 크게 싸우게 되었다. 그 때 싸우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칼을 들고 손목을 그으려고 하고 있었다. 너무 놀래서 정말 이러다 안되겠다는 생각에 상담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상담은 하고 싶으나 정신과에 가면 기록에 남을 것 같고 정신에 문제가 있는 정신병 환자로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 평소에도 내 이야기를 잘 못하는데 상담을 받을 땐 내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면서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해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학생 커뮤니티 어플에서 학교 안에 있는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진행하는 집단상담에 관한 글을 보게 되었다. 1:1 개인 상담을 하기엔 겁이 나서 집단상담이라도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구대 학생생활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대구대 재학 몇 년만에 처음으로 학생생활상담센터에 갔는데 조용한 분위기이고 다들 바빠 보여서 그냥 돌아갈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직원 한 분이 말을 걸어주셔서 방에 들어가 집단상담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었다. 설명을 듣고 보니 맞는 시간이 하나도 없었고 이왕 용기를 내서 찾아온 거 개인상담을 하면 어떨까해서 개인상담을 신청을 했다. 개인상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고 고등학생 때  상담에 대해 편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다.

 

  상담 시간을 정한 후 처음 상담선생님을 만났을 때 기대감 없이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다. 자살하지 않겠다는 종이도 작성하고 녹음을 해도 될까 물어보셨을 때 두려웠다. 가족이 알게 되어서 또 혼나지 않을까, 이상한 애로 보는건 아닐까 걱정이 되고 두려웠었다. 평소 힘들어도 혼자 끙끙 앓고 누군가에게 말을 못하고 거절도 못하며 자존감이 낮고 밖에서는 밝은 척, 다 괜찮은 척, 힘든거 없는 척을 하는 성격이었기에 상담사님이 물어보셔도 대답을 잘 못했다. 그런 걸 아시는지 속마음을 한 번 털어놓아보라고 하셨고 괜찮다고 거듭 말씀을 해주셨다.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되고 혼자 끙끙 앓고 있으면 힘들지 않냐며 계속 이야기도 해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셨다. 그렇게 나는 점점 상담사님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다.

 

 

  하루는 내가 조용하고 완벽을 추구하며 걱정을 많이 하는 성격을 고치고 싶다고 00 동아리에서 주제에 따라 준비를 해야하는데 너무 오래 걸리고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한 적이 있었다. 왜 여기 들어왔느냐 차라리 나가는게 좋지 않겠냐는 소리까지 들었었다. 그 때 나의 자존감은 더 낮아지고 자신감도 없어졌다. 그 이야기를 들은 상담사님이 그런 성격을 바꿀 필요도 없고 너무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용이 이상하면 어떠냐 이상하더라도 쓰고 자기 생각을 말할려는게 정말 좋은거라고 자신감있게 한 번해보라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며 용기를 주셨다. 아무도 나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며 내가 정말 듣고 싶은 말이었다. 바로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라.’ 라는 말이 듣고 싶었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미래가 막막하고 불안했기에 더 나 자신을 힘들게 했다. 휴식하면 불안해서 계속 뭐라도 해야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있었고 그렇기에 정신적, 신체적으로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다. 상담사님이 나에게 휴식해도 괜찮다고 내려놓아도 된다고 휴식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런 말들을 듣자마자 계속 눈물이 흘렀다. 참으려고 했었는데 한 명쯤은 날 이해해주고 잘한다고 해주고 내 편이 생긴 것 같아서 너무 좋았고 그래서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가족과의 갈등에 힘들어 할 때도 가족은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상담사님이 공감해주며 힘들었겠고 잘버텼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도 조금 해주며 그나마 사이가 좋은 어머니와 대화를 하는게 힘들겠지만 싫어하시진 않을테니 이야기 해보라고 하셨다. 어머니가 바쁘고 힘들어서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실까 걱정이 되었지만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 어머니는 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줄 몰랐다며 자기가 알아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같이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상담사님의 말씀처럼 어머니는 날 싫어하지 않았고 가족 안에 내 편이 생긴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고 성공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상담사님의 격려가 없었다면 이런 용기를 내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을 것이다.

 

  처음에 상담을 할 때는 상담사님이 물어봐도 입을 꾹 닫고 있었고 하고 싶은 말을 적으라고 해도 적을게 없다며 적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점점 자주 만나면서 상담사님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마음을 열 수 있게 되었다. 마음 표현을 잘 못해서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할 수 있다며 격려도 해주시고 오로지 내 편이 되어주었다. 내 편이 있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생각과 남에게 하지 못했던 나 혼자만 가지고 울고 끙끙 앓았던 이야기들을 남에게 말할 수 있고 공감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고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처음엔 그냥 죽어버릴까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상담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없어지고 살아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사님도 처음보다 표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셨다. 그리고 상담이 끝나는 마지막 회기엔 상담사님이 고생했다고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이 없어져서 다시 개인상담을 하러 오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상담을 받고 현재는 1년이 지난 지금은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며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성격이 많이 밝아지고 표정도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자신감이 생겨서 00 동아리에서 잘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수업 중 발표에도 발표를 잘하고 자신감 있게 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 때 겁이 난다며 상담을 받지 않고 계속 혼자 삭히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나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을까? 너무 힘든데 학생생활상담센터 어떤지 물어보는 글을 볼 때마다 적극 권유해 주고 있다. 나는 용기를 내서 학생생활상담센터에 문을 두드려 상담을 받게 된 것이 정말 만족스럽고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상담을 받음으로 인해 자존감이 높아져 나 자신을 더 생각하게 되었고 가족과의 갈등도 용기를 내서 대화를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상담사님의 지지와 격려가 없었다면, 내가 상담을 받지 않고 힘들게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서 용기를 갖게 되었고 혼자 고통스럽게 끙끙 앓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힘들어도 나는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고 휴식할 땐 휴식하면서 살 것이다. 나에게 학생생활상담센터란 힘들 때 손을 내밀어준 한 줄기의 빛과도 같은 존재이다. 학교 친구가 힘들 때 나의 경험을 말하며 편견을 가지지 말고 한번쯤은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상담 받는 것이 좋다고 권유를 해주고 있다.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상담을 하면서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내가 변했기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힘든 학생들이 있다면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유할 것이다. 긍정적이게 변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상담사님에게도 감사하고 있고 후회하지 않는다. 힘든 사람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않고 상담을 받아봤으면 좋겠다.

 

 

* 본 작품의 저작권은 대구대학교 학생생활상담센터에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사용을 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