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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상담 후기 공모전 개인상담 부문 성장상 수상작

등록일 2020-03-24 작성자 이수정 조회수 2669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직접 상담을 받은 경험을 녹여 만든 에세이입니다.

상담 후기를 읽고 나누시길 바랍니다!  

 

2019년 상담 후기 공모전 개인상담 부문 성장상(1등) 수상작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고,

무기력함 ·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 배우기

 지난 겨울, 추운 날씨만큼이나 마음속이 시리도록 아픈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항상 무기력했다. 집 밖을 나서기 위해 준비하는 것도 큰 힘이 들었고 심지어 밥을 차려 먹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어서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서 지내곤 했다. 또한, 잠들기 전까지 항상 미래에 대한 걱정과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불안감에 떨기도 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가 너무 지치고 답답한 마음에 어딘가 기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커뮤니티를 통해 대구대학교 내에 학생생활상담센터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상담을 신청하게 되었다.

 

 처음 방문한 날에는 접수 면접을 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나의 힘든 일과 어려운 일을 이야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남에게 나의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없었는데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는 것 자체가 후련하고 안심이 되는 듯했다. 후에 심리검사를 하고 이 주 정도가 지나서 개인 상담을 시작했다. 담당 선생님은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젊은 여자분이셨는데 상담하는 데 있어서 공감대 형성이 잘 이루어질 것 같아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나는 크게 학업에 대한 불안감과 무기력,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먼저 학업에 대한 불안감의 원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나는 3년이라는 수험생활을 거치면서 다른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뒤처진다는 생각을 늘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학업에서는 항상 완벽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늘 목표를 무리하게 잡았고 계획을 다 이루지 못하면 완벽하지 못하다는 우울감과 죄책감에 빠지고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해서 무기력해졌다.

 

 

 

 왜 나는 항상 완벽하지 못하면 무기력해지는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말로 표현하려니 생각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잘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상담 선생님과 함께 글로 적어보면서 내 사고를 정교화해 보기로 했다. 먼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어떤 계기가 있어야만 했다. 한 주의 시작이라든지 한 달의 시작이라든지 첫 출발에 큰 의미를 두었다. 그리고 세웠던 계획에 맞추어 꼼꼼하게 실행하지만, 주변 환경으로 인해서 해야 할 공부를 하지 못한 날엔 큰 불안감을 느꼈다. 작은 여백이 생겨 완벽하지 않은 것 같고 꼭 이것 때문에 시험에 떨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칠 때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할 일을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처음 계획했던 것의 반도 실천하지 못할 때면 막막함을 느끼고 슬럼프에 빠지게 되었다. 다시 시작하고 싶어도 계기가 생기지 않으면 새로운 출발 또한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감정만 소모했다. 상담 선생님과 함께 글로 표현하기 전에는 단순히 공부하는 게 싫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는지는 몰랐다. 그래서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해결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먼저 계획을 세울 때는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세우고 혹여나 계획을 다 실천하지 못했다면 다시 수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공부하다가 여백이 생기더라도 다음으로 미루는 것보다 조금씩이라도 해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문제는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 있었다, 밖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는 큰 외로움을 느끼지 못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혼자 남겨지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지난번처럼 상담 선생님과 함께 외로움의 원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외로움은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있는 나는 항상 행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힘들 때마다 항상 곁에 있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땐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에는 이러한 문제 때문에 남자친구와 자주 다투고 일종의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들한테 미움받기 싫어서 또는 사랑받고 싶어서 항상 착하고 완벽한 사람인 양 행동하고 내 감정을 숨겼다. 집에 돌아와서는 감정을 표출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앞으로 외로움이 찾아올 때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담 선생님과 생각해 보았다. 먼저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연습하기로 했다. 살다 보면 외로울 때도 외롭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외로울 땐 친구를 만나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행동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외로움을 휴식처럼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상담 초기에는 이런 것들이 과연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완벽주의에 갇혀있었고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담을 계속 진행하면서 다음 상담이 기대되고 천천히 조금씩이나마 변하는 내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특히 상담 중간에 실습이 있어서 한 달 동안 상담을 받지 못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다시 무기력해지거나 외로우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상담 선생님과 함께 만든 해결 방안을 생각하며 마음의 큰 위안을 얻었다. 실습 동안에는 내가 예상했던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수업을 완벽하게 준비해도 갑자기 내용을 바꿔야 할 때도 더러 있었다. 예전에는 완벽주의적인 성격 때문에 사소한 거 하나하나에도 신경이 쓰였겠지만, 이제는 수업이 잘 마무리된 것을 느끼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실습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공부를 시작할 때도 한 달이라는 여백이 생겨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상담 선생님과 함께 지금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결정해서 목표를 세우고 실천 가능한 과제부터 조금씩 해내기로 했다. 실제로 시험 기간에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했는데 상담 후에 가장 쉬운 과목부터 공부해 나가니까 다른 어려운 과목까지도 도전할 수 있었다.

 

 상담 후기에 들어서는 상담이 끝나고 다시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까 봐 걱정되었다. 상담 선생님께서는 학습전략검사를 도와주셨는데 학습전략검사를 통해 실제 나의 학습 강점과 약점을 알 수 있었고 또한 학습전략의 유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형에 적합한 공부 습관을 기르는 방법도 알 수 있었다. 학습전략검사를 토대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지 방향성이 생겨서 의지가 되었다. 상담 마지막 날에는 처음 상담받았던 날과 똑같은 심리 검사지를 줬는데 예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불안감과 우울감이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상담이 끝난 지 약 5개월이 된 것 같다. 물론 상담이 끝나고 항상 무기력하지 않고 외롭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전처럼 완벽하지 않아서 공부가 잘 안 되는 날도 있지만, 예전에는 그냥 막연히 손 놓고 포기했다면 지금은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낀다. 먼저 계획이 내 생활과 맞는지 다시 확인해 보고 적절히 수정한다. 또한, 동기 부여 영상을 찾아보면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제는 무기력해도 혼자서 회복하고 극복할 방법을 찾게 된다. 외로움도 마찬가지이다.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혼자만의 휴식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너무 힘들 때면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기분 전환도 하며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지난 겨울, 나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엔 아주 버거웠던 것 같았다.

 

 이번 상담을 통해서 나는 오랫동안 앓아온 완벽주의를 많이 벗어날 수 있었고 무기력함과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내 변화에 대해서 스스로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내 주변에도 나와 비슷한 경우의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지닌 고민과 어려움을 혼자서 해결하기 힘들다면 학생생활상담센터의 도움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함께 해준 상담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친다.

 

 

 

 

* 본 작품의 저작권은 대구대학교 학생생활상담센터에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사용을 금함.